시를♠읽고 -수필

소스라치다 / 함민복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5. 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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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라치다

 

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계간애지(2004년 가을호)

시집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사람들이 뱀을 왜 무서워하고 싫어할까요. 첫째는 독이 있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는 그 모습이 그다지 귀엽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뱀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이 아름답지 않다는 말 또한 편견이 될 수도 있겠지요.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사람에게는 가까이하는 것조차 공포일 것이고 만지면 서늘한 촉감이 오싹 공포감으로 다가 와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뱀 싫어하는 사람이 독 없는 뱀이라고 해서 뱀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보다 고양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졸졸 따라붙어 성가시게 하거나 귀찮게 하지 않고 도도하면서도 고상하게 위엄과 품위를 지키는 것이 매력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뱀을 애완용으로 집에서 기르고 뱀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은 차갑고 매끄러운 피부가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보통 뱀을 만나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숲길을 거닐다 뱀이 앞을 지나가거나 바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혀를 날름거리고 있으면 소스라치게 안 놀 사람이 어디 있겠는지요. 하지만 어디 놀라는 것이 사람만이겠습니까. 체온을 올리려고 햇볕을 쪼이며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느닷없이 사람이 나타나서 방해를 하니 뱀도 소스라치게 놀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