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돌탑/고미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5. 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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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고미숙 

 

 

누구의 소원일까

차곡차곡 쌓여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돌은

불안한 소원이 되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돌은

소원을 받쳐주는 소원이 되어

탑을 이루고 있다

 

소원이 깃들어 있지 않는

돌도 한 개 끼어 있다

 

돌의 마음이 무거울까봐

아무런 소원 없이

내가 올려놓은

납작 돌 한 개

 

 

 

월간월간문학(200511월호)

 

 

 

  옛날에는 마을로 들어서는 산길에는 산신당이나 성황당이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장승이나 솟대, 돌탑을 세워 신앙의 대상물로 삼으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었다. 그러나 그런 전통마을은 민속촌에나 전시용으로 있고 민간신앙의 대상물이었던 돌탑은 도심을 벗어나면 어디를 가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장방형으로 또는 삼각형으로 제대로 쌓은 돌탑도 많지만 왠지 나는 정갈하게 차곡차곡 잘 쌓아놓은 돌탑에 눈이 더 간다. 사람들이 오며가며 하나씩 허술하게 올려놓은 돌무더기 같은 돌탑에 더 정감이 가고 그냥 돌 몇 개씩 올려놓은 장난 같은 돌탑에 마음이 열린다. 그래서 작은 돌탑이라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떨어질세라 조심조심 돌 하나를 얹혀 놓는다. 돌을 얹으며 내 소원이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나만 복을 받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일까. 내가 소원하며 가장 높은 곳에 얹혀놓는 돌 하나가 다른 이의 소원이 받쳐주고 있는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돌의 마음이 무거울까봐 아무런 소원 없이 무심히 돌을 올려놓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돌탑을 만나면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작은 돌 하나를 가만히 올려놓을 것이다. 다만 내가 올려놓은 돌 하나의 무게가 또 다른 누구의 어깨 위에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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