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臥佛
신현정
나 운주사에 가서 와불臥佛에게로 가서
벌떡 일어나시라고 할 거야
한세상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와불이 누으면서 발을 길게 뻗으면서
저만큼 밀쳐낸 한 세상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산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아마도 잠버릇 사납고 무심코 내찼을지도 모를
산 두어 개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그만큼 누워 있으면 이무기라도 되었을텐데
이무기 내놓으시라
이무기 내놓으시라
이무기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정말 안 일어나실 거냐고
천년 내놓으시라
천년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시집『바보 사막』(램덤하우스, 2008)
운주자의 와불 정식 명칭은 ‘와불석조여래불’이라고 합니다. 이 운주사의 와불을 보셨나요? 저는 아직 뵙지를 못했습니다. 발길의 인연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나 봅니다. 운주사 와불이 어떻기에 시인들이 너도나도 운주사의 와불을 노래했을까요. 임영조, 권정우, 김신예, 조성국, 이재무, 김춘, 함민복, 허형만, 정호승 시인 등 이외 많은 시인들이 운주사를 노래하고 와불에 대해 읊었을 것입니다.
운주사에는 와불 말고도 불상을 모시기 위한 방이라는 탑의 석조불감, 우리나라 전형적인 석탑과는 모양이 전혀 다른 원형다층석탑 등 특이한 모습과 모양의 탑과 불상이 많은데 그 많은 탑과 불상 중에 시인들은 왜 와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요. 아마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 계시는 모습이 특이해서 더 그렇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와불은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보통인데 운주사 와불은 하늘을 보면서 두 기가 나란히 누워 있습니다. 이런 와불은 세계 유일이라고 합니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성지라고 하는 명성답게 천 개의 탑과 천 개의 불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탑이 18기 불상이 70구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럼 왜 운주사에는 탑과 불상이 많을까요. 풍수지리의 시초라고 하는 도선국사의 이야기에 의하면 도선국사는 한반도를 배로 비유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동쪽은 바위가 많아 무겁고 서쪽은 평야가 많아 한쪽으로 기울면 나가가 편치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불천탑을 세워 균형을 맞추고자 세웠다고 하는데 믿거나말거나 이 많은 석탑과 불상을 하루만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산의 모양이 거북이를 닮아서 영귀산이라고 불리우는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운주사의 와불에게 신현정 시인은 다른 시인들과는 달리 와불과 담판을 짓는 기개가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불자들의 마음을 담아 개인의 염원과 발복을 기원합니다만 시인의 이 담판 또한 사부대중과 민중을 위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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