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냉이꽃
김달진
사람들 모두
산으로 바다로
신록(新綠) 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
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
그늘 밑의 조그만 씬냉이꽃 보았다.
이 우주
여기에
지금
씬냉이꽃이 피고
나비 날으다
―시집『한 벌 옷에 바리때』 (민음사 1990 : 『김달진 시전집』. 문학동네. 1997)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대추꽃이 핀 것을 유심히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꽃이 작은데다 잎이 같은 녹색인 사철꽃도 그렇고 키도 작고 꽃도 작은 냉이 같은 풀꽃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부심이나 존재감마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색깔이 화려하고 크고 아름다우며 예쁜 것은 인간이 보는 관점일 뿐 꽃 피는 목적은 단 하나 같은 개체를 남겨야하는 숭고한 종족보존에 있을 뿐이다.
먹는 것이 우선 과제이던 시절 모든 것을 먹는 것으로 대변이 되던 시절에는 꽃이라는 것이 피는 줄도 몰랐다. 물론 냉이 역시도 한끼의 배고픔을 때우는 쑥떡처럼 요리의 개념보다 음식의 보조였을 뿐이다. 그런데 씬냉이꽃은 어떤 꽃일까. 냉이의 한 종류일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씬냉이의 어원은 ‘냉이’의 경남 지역어라고 한다.
경남지역어에서는 대체적으로 씬내이라고 일컫는다고 하는데 어릴 때는 잎이나 순을 먹으며 길가나 밭에 많이 난다. 겨잣과의 두해살이 풀로서 봄과 여름에 흰꽃이 피는 냉이꽃.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놀러간다고 야단들인데 그 누구의 관심과 간섭도 없이 고즈넉이 홀로 피어 화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씬냉이꽃... 작은 꽃 하나에서 발견한 ‘이 우주/여기에/지금/씬냉이꽃이 피고/나비 날으다‘ 는 싯구가 참으로 감동으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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