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나그네/박목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6.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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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박목월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지훈(芝薰)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집『청록집』(을유문화사, 1946;『박목월 시전집』.민음사. 2003)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목월에게'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시는 시를 쪼매 읽어본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박두진 시인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우는 조지훈 시인이 박목월 시인에게 완화삼(玩花衫)이라는 시를 보내고 이에 화답한 시가 나그네이다. 사람 개개인 취향과 기호에 따라 저처럼 완화삼 시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그네 시가 일반인들에게 회자되면서 훨씬 더 유명하게 되었다.

 

  그래서 박목월 하면 나그네가 떠오른다. 즉 나그네라는 단어는 박목월 시인이 것이 돼버린 것이다. 나그네라는 일반명사를 마치 고유명사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이 시의 힘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이렇게 일반명사를 고유명사인 것처럼 만들어버린 시도 많다. ‘진달래꽃하면 김소월 시인의 것, ‘국화하면 서정주 시인의 것, ‘승무하면 조지훈 시인의 것, ‘낙화하면 이형기 시인의 것이 돼버린 것이다. 개중에는 미학적으로 사유적으로 잘 쓰여진 시가 있고 세대별로 차이가 나겠지만 행복은 유치환 시인의 것이고 많은 자화상과 서시 의 시가 있지만 서시와 자화상은 윤동주 시인의 것인 것이다.

 

  많은 시인들이 많은 시를 계속해서 생산을 해내고 있지만 한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에 나온 시들보다 더 뛰어난 시를 써야 한다. 한 편의 시를 숙성하고 곰삭히고 절차탁마하여 일반명사를 고유명사처럼 한번 만들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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