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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박창기 - 카톡 좋은 시 17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8.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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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70 

  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

  박창기

 

  그대가 처음

  내게로 왔을 때처럼

  놓고 가는 것 또한 우연이면 좋겠네

 

  산자락 넘어오는 그대

  바다나루 건너오는 그대

  몸은 이미 지나고 마음만 뒤에 남아

  갈잎 흔들며 흔들며

  갯 내음 사발로 들고 오는 그대

 

  그대를 만나서는

  그대가 지피는 세찬 불에

  한참이나 등신불이 되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내 속에 가두어 둘 겨를도 없이

  가는 일도 기약 없는 약속처럼

  우연이면 좋겠네

 

  우연도 순간이어서

  기쁨처럼 아픔도 그러했으면 좋겠네

 

  ―시집바다경전(그루, 2005)

 

 

 

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

 

박창기

 

 

그대가 처음

내게로 왔을 때처럼

놓고 가는 것 또한 우연이면 좋겠네

 

산자락 넘어오는 그대

바다나루 건너오는 그대

몸은 이미 지나고 마음만 뒤에 남아

갈잎 흔들며 흔들며

갯 내음 사발로 들고 오는 그대

 

그대를 만나서는

그대가 지피는 세찬 불에

한참이나 등신불이 되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내 속에 가두어 둘 겨를도 없이

가는 일도 기약 없는 약속처럼

우연이면 좋겠네

 

우연도 순간이어서

기쁨처럼 아픔도 그러했으면 좋겠네

 

 

 

시집바다경전(그루,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