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소/김기택 - 카톡 좋은 시 168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8. 17. 08:45
728x90

 

 

   카톡 좋은 시 168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시집(문학과지성사, 2005)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시집(문학과지성사, 2005)

시선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10(국립공원, 2007)

일간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100/32(조선일보 연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