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좋은 시 174
|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1985>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5』(조선일보 연재, 2008)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는 청산 가네/김용택 - 카톡 좋은 시 176 (0) | 2015.08.26 |
---|---|
꽃씨와 도둑/피천득 - 카톡 좋은 시 175 (0) | 2015.08.25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정일근 - 카톡 좋은 시 173 (0) | 2015.08.22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 - 카톡 좋은 시 172 (0) | 2015.08.21 |
차가운 사랑/정세훈 - 카톡 좋은 시 171 (0) | 201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