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게다가 삶은 언제고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울고 웃는 순간의 연속이다. 이 시를 쓰게 된 날은 아마도 우는 날에 해당했나 보다. 시인은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게 되었다고 썼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식으로 마음을 다치고 보니 잘난 사람, 이긴 사람보다 조금 부족하고 역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인처럼 순박하고 속이 훤히 보여서 남을 속이지도, 잘 이기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왔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 곁에서 뜨겁게 울고 싶다는 말을 국수가 먹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서글프게도 나이가 들면 마음껏 울지도 못한다. 눈물 대신 콧물을 흘리며 뜨거운 국수를 먹을 뿐이다.
나민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