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그림♠음악♠낭송 시(詩)

거미/김선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0. 19. 23:07
728x90

 

김선우, 「거미」

 

 
 


새벽잠 들려는데 이마가 간질거려
사박사박 소금발 디디듯 익숙한 느낌
더듬어 보니, 그다
 
 
무거운 나를 이고 살아주는
천장의 어디쯤에
보이지 않는 실끈의 뿌리를 심은 걸까
 
 
나의 어디쯤에 발 딛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은 혼처럼 가볍고
가벼움이 나를 흔들어
아득한 태풍이 시작되곤 하였다
 
 
내 이마를 건너가는 가여운 사랑아
오늘밤 기꺼이 너에게 묶인다

 
 
 
 
_ 김선우 – 시인.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겨울호로 등단. 지은 책으로 시집 『내 몸속에 잠은 이 누구인가』『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장편소설『캔들 플라워』, 에세이집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등이 있음.
 
 
낭송 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배달하며

    새벽잠 들려는데 그녀를 간질이는 것은 거미가 아니라 시다.
사박사박 익숙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실끈에 매달린 뿌리를 깊이 내린 시의 혼을 뒤집어쓰고 태어난 시인.
소금발에서 아득한 태풍까지 가여운 그 사랑을 안고 기꺼이 생애를 건너가는 시인을 만난다.
묶여라! 시인이여! 어찌 오늘밤뿐이랴.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 음악_ 심태한

▶ 애니메이션_ 케이

▶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