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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질없는 시/정현종 (문정희 시배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 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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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질없는 시

 

정현종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슬퍼할 수 있으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버릴 수 있으며

혹은 세울 수 있고

허물어뜨릴 수 있으랴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삶으로 삶을 사랑 할 수 없고

슬픔으로 슬픔을 슬퍼 못 하고

시로 시를 사랑 못 한다면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랴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

 

 

 

시집고통의 축제(민음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