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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묵비 / 최정란 - 카톡 좋은 시 25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3. 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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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50 

다시, 묵비


최명란

 


이승의 일
저승 가서도 고자질 마라
당장 잡혀갈 놈 수두룩하다
저승 가면
어떤 일도 말하지 말라고
아무 것도 일러주지 말라고
그들은
솜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말 날까봐 소리 새어 나올까봐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았다
나는 죽었다
증거 인멸을 위하여
내 주검 속에 들어 있는
그 많은……
말 못할 사리들

 

 

  ―시집『쓰러지는 법을 배운다』(랜덤하우스, 2008)




다시, 묵비


최명란

 


이승의 일
저승 가서도 고자질 마라
당장 잡혀갈 놈 수두룩하다
저승 가면
어떤 일도 말하지 말라고
아무 것도 일러주지 말라고
그들은
솜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말 날까봐 소리 새어 나올까봐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았다
나는 죽었다
증거 인멸을 위하여
내 주검 속에 들어 있는
그 많은……
말 못할 사리들

 

 

 

 ―시집『쓰러지는 법을 배운다』(랜덤하우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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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은 것이 없다면  왜 악수를 두겠는가

 


   어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내정자의 청문회를 보았습니다. 제자 논문 표절 가로채기, 연구업적 부풀려 연구비 횡령 갈취, 허위 경력 기재, 정치 불법자금 제공 등… 누가 처음 이 말을 지어냈는지 모르지만 비리종합세트라고 합니다.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자료제출 요구에 무엇이 그리 떳떳치 못한 것이 많은지 붉어진 얼굴에 말은 더듬거리고 참으로 보기가 민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몰아 부치는 야당의원들이 야속하게 보이기까지 하고 나 자신이 수모를 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자료 미제출 요구와 질타에 좌불안석, 안절부절하는 와중에 '저도 왜 장관 후보자가 됐는지 모르고 있다' 는 황당한 답변은 그야말로 청문회의 클라이맥스였습니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은 뇌물수뢰 혐의로 구속까지 되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새누리당 문을 두드리다 안 열리자 새천년민주연합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정치의 어떤 마력의 약물이 있는지 모르지만 끈 중에 가장 센 줄이  정치의 줄이 아닌가 싶습니다. 봉하마을에 봉하대군이라고 불리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형도 뇌물비리로 구속이 되었었는데 아무리 단속을 하고 애를 써봐도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가 근절이 되지 않는 것은 정치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묵비란 비밀로 하여 말하지 않음인데 사람들은 가슴속에 말못할 사리를 몇 개쯤 가지고 있을까요. 사리가 되기까지 희열보다 고통이 따랐을 것인데 사찰에 가보면 대웅전 오른쪽에 자리한 명부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승에서 있었던 일들을 판가름하여 죄가 나누어진다 합니다. 명부전에 가서 고자질하면 아마 당장 잡혀갈 사람 무지 많을 것입니다. 아무리 안 먹었다고 우겨봐도 사리가 있으니 들통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반칠환 시인은 '먹은 죄' 라는 시에서 새매가 지빠귀를 물어가고 물총새가 잠자리를 꿀꺽해도 유족들이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천억대 재력가를 살인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시의원도 먹은 것이 없었다면 왜 청부살인이라는 악수를 두었을까요. 저 역시 증거를 가지고 있고 고자질 할 게 많습니다만  먹은 죄가 있어서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