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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님 전상서/고정희 - 카톡 좋은 시 25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3. 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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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54  

     

    야훼님 전상서 /고정희

 

   한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추위와 각고를 끝낸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멀리 떠난 줄 알았던 그, 이제는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던 그 사나이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섬광 같은 눈빛을 간직한 채 그의 기원을 묻어 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영원히 닫긴 줄 알았던 우리들 기도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영원히 끝날 줄 알았던 자유의 휘파람 소리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우리들 기다림이 불기둥으로 일어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야훼님!

   그가 돌아온 '마음과 지붕' 은 아직 어둡습니다.

   그가 돌아온 '교회당과 십자가' 는 더더욱 고독합니다.

   그가 돌아온 '들판과 전답' 은 이 무지막지한 어둠과 음모 속에 누워 있습니다.

   우리가 저 대지의 주인일 수 있을 때까지

 

   "재림하지 마소서"*

   그리고 용서하소서.

   신도보다 잘 사는 목회자를 용서하시고

   사회보다 잘 사는 교회를 용서하시고

   제자보다 잘 사는 학자를 용서하시고

   독자보다 배부른 시인을 용서하시고

   백성보다 살쪄 있는 지배자를 용서하소서

 

  *김광규의'연도에서 전용.

 

 

 ―고정희 지음고정희 시전집 세트 1(또하나의문화, 2011)

      

       

  

   

 

 

  야훼님 전상서

  

  고정희

 


  한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추위와 각고를 끝낸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멀리 멀리 떠난 줄 알았던 그, 이제는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던 그 사나이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섬광 같은 눈빛을 간직한 채 그의 기원을 묻어 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영원히 닫긴 줄 알았던 우리들 기도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영원히 끝날 줄 알았던 자유의 휘파람 소리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우리들 기다림이 불기둥으로 일어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야훼님!
  그가 돌아온 '마음과 지붕' 은 아직 어둡습니다.
  그가 돌아온 '교회당과 십자가' 는 더더욱 고독합니다.
  그가 돌아온 '들판과 전답' 은 이 무지막지한 어둠과 음모 속에 누워 있습니다.
  우리가 저 대지의 주인일 수 있을 때까지

  "재림하지 마소서"*
  그리고 용서하소서.
  신도보다 잘 사는 목회자를 용서하시고
  사회보다 잘 사는 교회를 용서하시고
  제자보다 잘 사는 학자를 용서하시고
  독자보다 배부른 시인을 용서하시고
  백성보다 살쪄 있는 지배자를 용서하소서

 

*김광규의'연도에서 전용.


 

 

―고정희 지음『고정희 시전집 세트 1』(또하나의문화,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