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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참깨꽃들에게/권혁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3. 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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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참깨꽃들에게/권혁재


참깨꽃들에게/권혁재  

우리 이제 부끄러워하지 말자 

더 이상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바닥으로 숙이지 말자 

우리는 한낱 좁쌀만한 씨앗에도 

서로를 낯 뜨겁게 붙들고 

바람처럼 지나가고 

비처럼 지나오기도 하였다 

저 건너편 어느 밭에서는 

우리보다 큰 씨앗을 품었던 

엉터리꽃과 잡초들이 되려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물러터진 세상을 흔들어댔다는데, 

우리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말자 

잘 생긴 뽀얀 얼굴을 

땅바닥으로 숙이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