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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일 , 「45 나누기 21」(문정희 시배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4. 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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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일 , 「45 나누기 21」

 

차주일 , 「45 나누기 21」

 

 

친구 결혼식에 나눗셈 하러 갔다
늦은 나이에 어린 아내를 맞는 게 면구스러운 친구는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에게
알아볼 수 없는 수화와 몸짓으로
내가 불알친구임을 말해주었다
신부 볼에 핀 수줍음이 몽고반점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행진에
평소보다 많은 박수를 쳐주었지만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는 심사가 무한소수처럼 남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서
동남아 한 산간마을 풍경을 본적 있다
우리말과 비슷하게 발음되고 뜻이 같은 몇 단어 중
엄마와 우리 그리고 구들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신부가 마음으로 오물거리는 엄마라는 단어가
자꾸만 그의 입술에서 도드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저 심사와
그 속내를 볼 수밖에 없는 내 눈치가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 유전형질 같은 우리일 것이다
썰렁한 신부측 하객석에 홀로 앉는다
몽고반점이 구들처럼 따뜻해져 온다

▶ 시_ 차주일 – 1961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다.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냄새의 소유권』이 있다.

▶ 낭송_ 정인겸 – 배우. 영화 ‘암살’ 등에 출연.

배달하며

최근 세계화와 국제화,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상의 일부로 떠오르고 있다.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순혈주의와 단일 민족을 강조하고 살아온 터라 이렇듯 이질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문제는 몇 가지 이견을 대두시킬 때도 있다.
늙은 신랑, 어린 신부의 결혼식, 45 나누기 21, 결혼식과 나눗셈, 몽고반점, 혀 속을 맴도는 엄마, 우리, 구들에 이르는 매우 긴 사회 문화적 행로를 펼쳐 보이는 시이다.
‘저 심사’와 ‘그 속내’ ‘내 눈치’ 가 유전형질 같은 우리의 몽고반점, 따스한 구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간다. 이 시인의 시적 앵글이 근래에 이르러 인류 최초의 동굴 암각화, 에티오피아 소녀, 아프리카 전도 등 종횡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세상의 타자들에게로 깊게 확장되어가는 것을 주목해 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냄새의 소유권』(천년의 시작)
▶ 음악_ won's music library 03
▶ 애니메이션_ 김은미
▶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