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는 여성을 본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동안이라서, 혹은 딸이 나이 들어 보여서 내가 착각한 것일까?
간혹 그런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 ‘아빠’를 쓴 경우일 것이다. 왜 내 자녀의 아빠인 남편을 ‘아빠’로 부르는 것일까?
내 아이에게 아빠를 돌려주자
‘아빠’는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자기를 낳아 준 남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명백하게 자신의 남편을 ‘아빠’라 부를 수 없음에도 종종 그렇게 부르는 아내들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자녀) 아빠’에서 자녀의 이름을 빼고 ‘아빠’만을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내 남편을 부를 때 멀쩡히 있는 자녀 이름을 빼고 ‘아빠’만으로 부를 수는 없다. 내게 아빠는 나의 아버지밖에 없다. 아내는 남편을 ‘여보, ○○ 씨, ○○(자녀) 아버지, ○○(자녀) 아빠, 영감, ○○(손주, 외손주) 할아버지’로 부를 수 있다.
남편의 여자 형제는 내 고모가 아니다
비슷하게 남편의 여자 형제를 ‘고모’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고모’는 아버지의 누이이니, 아이들의 ‘고모’를 내가 ‘고모’라 부르는 셈이다. 시누이가 “저 새언니 고모 아닌데요?”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고모는 상황에 따라 ‘형님’이나 ‘아가씨’로 부르고, 굳이 '고모'라는 말을 쓰려거든 '○○(자녀) 고모가', '너희 고모가'처럼 부르는 말이 아닌 가리키는 말로 쓰자.
줄이고 생략하여 말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지만, 내 아이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면 자신의 친정아버지를 부르는 것인지 남편을 부르는 것인지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시누이도 내 고모로 만들지 말고 아이들의 고모로 남겨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참고 자료
가정에서의 호칭·지칭, ≪표준 언어 예절≫,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