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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43) -얼룩빼기 강아지와 언덕배기에 올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5. 2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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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제54항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접미사는 형식 형태소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리대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꾼, -깔, -때기, -꿈치, -빼기, -쩍다’ 등을 취하고 ‘-군, -갈, -대기, -굼치, -배기, -적다’를 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접미사 ‘-꾼’은 ‘군(軍)’이 변한 말입니다. ‘격군(格軍: 조선 시대에 사공의 일을 돕던 수부), 과군(科軍, =과거꾼), 교군(轎軍, =가마꾼), 구군(舊軍,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하여 그 일에 익숙한 사람), 농군(農軍, =농민), 모군(募軍, 공사판 따위에서 삯을 받고 일하는 사람), 산군(山軍, 나라의 산림을 지키던 사람), 역군(役軍, 공사장에서 삯일을 하는 사람), 유군(遊軍,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사람), 주군(酒軍, =술꾼)’ 등과 같은 한자어에서는 일부 그 쓰임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국어에서는 ‘-꾼’이 본래 ‘군(軍)’에서 온 말이라는 의식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뜻과 소리도 멀어졌기 때문에 ‘-꾼’으로 통일하여 적도록 한 것입니다. ‘개평꾼, 거간꾼, 곁꾼, 구경꾼, 나무꾼, 낚시꾼, 난봉꾼, 내왕꾼, 노름꾼, 농사꾼, 누리꾼, 도망꾼, 땅꾼, 막벌이꾼, 만석꾼, 말썽꾼, 목도꾼, 몰이꾼, 봉죽꾼, 사기꾼, 사냥꾼, 소리꾼, 술꾼, 씨름꾼, 장타령꾼, 정탐꾼, 주정꾼, 짐꾼, 투전꾼, 헤살꾼, 협잡꾼, 훼방꾼, 흥정꾼’ 등과 같은 예가 더 있습니다.

상태나 바탕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깔’이 쓰인 말로는 ‘맛깔, 색깔, 태깔’ 등이 더 있고,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때기’가 쓰인 말로는 ‘가마니때기, 거적때기, 귀때기, 나무때기, 등때기, 밥풀때기, 배때기, 볼때기, 양복때기, 이불때기, 판때기, 판자때기, 팔때기, 표때기, 혀때기’ 등이 더 있습니다. 다만, 얼굴을 속되게 이를 때 쓰는 ‘상판대기(相---)’는 표준어규정에 따라서 ‘*상판때기’로 쓰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십시오.

‘-빼기’는 ‘어떤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 또는 ‘비하’의 뜻을 더할 때 쓰이는 접미사입니다. 그런데 ‘어떤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뜻할 때는 ‘-배기’가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혹 혼동될 때가 있는데, ‘배기/빼기’가 혼동될 수 있는 단어는 다음과 같은 원리에 따라 표기하면 됩니다. 첫째, [배기]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배기’로 적습니다. ‘나이배기, 육자배기’ 등이 있습니다. 둘째, 한 형태소 안에서 ‘ㄱ, ㅂ’ 받침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배기’로 적습니다. ‘뚝배기’는 전체가 하나의 형태소이므로 ‘*뚝빼기’로 적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예로 ‘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가 있습니다. 셋째, 다른 형태소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빼기’로 적습니다. ‘곱빼기’는 ‘곱’과 ‘-빼기’ 두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말이므로 ‘*곱배기’로 적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예로 ‘고들빼기, 곱빼기, 구석빼기, 낯빼기, 대갈빼기, 머리빼기, 밥빼기, 앍둑빼기, 억척빼기, 얼룩빼기, 얽빼기’ 등이 있습니다. 다만, ‘언덕배기’는 한 형태소 내부는 아니지만 ‘언덕바지’와의 형태적인 연관성을 보이기 위해 ‘*언덕빼기’로 적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십시오.

‘-쩍(다)’는 ‘그런 것을 느끼게 하는 데가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뜻으로 ‘-적(다)’가 쓰이기도 합니다. ‘-쩍(다)/-적(다)’도 다음과 같은 원리에 따라 구분해서 적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적(따)]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적(다)’로 적습니다. ‘괘다리적다, 열퉁적다, 퉁어리적다’ 등이 있습니다. 둘째, ‘적다[少]’의 뜻이 유지되고 있는 합성어인 경우에는 ‘적(다)’로 적습니다. ‘맛적다, 재미적다’ 등이 있습니다. 셋째, ‘적다[少]’의 뜻이 없이 [쩍(따)]로 발음되는 경우에 '쩍(다)'로 적습니다. ‘괴이쩍다, 맥쩍다, 멋쩍다, 미심쩍다, 미안쩍다, 수상쩍다, 짓쩍다, 해망쩍다, 황송쩍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