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제55항과 제56항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예전에는 ‘맞추다’와 ‘마추다’를 구분해서, 통상적으로 ‘어떤 기준에 맞게 하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맞추다’로 적고,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부탁을 하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에 한해서는 ‘마추다’로 적었습니다. 그런데 소리도 비슷하고 뜻도 딱 부러지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어서 1988년에 한글 맞춤법을 개정하면서 ‘맞추다’로 통일해서 적기로 한 것입니다. 즉, 예전에는 ‘양복을 마추다, 퍼즐을 맞추다’와 같이 구분해서 적었으나 지금은 ‘양복을 맞추다, 퍼즐을 맞추다’와 같이 한 가지로 적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요새는 ‘맞추다’와 ‘마추다’를 혼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맞추다’와 ‘맞히다’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퀴즈의 답을 맞추다’는 옳지 않고 ‘퀴즈의 답을 맞히다’가 옳은 표현입니다. ‘맞히다’에는 ‘적중하다’의 의미가 있어서 정답을 골라낸다는 의미를 가지지만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한다’는 의미를 가져서 ‘답안지를 정답과 맞추다’와 같은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닿다, 멀리 연하다’란 뜻일 때는 ‘뻐치다’로, ‘뻗다’를 강조하는 뜻일 때는 ‘뻗치다’로 쓰던 것도 구별 없이 ‘뻗치다’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예전에는 ‘세력이 남극까지 뻐치다, 다리를 뻗치다’와 같이 구분해서 적었으나 지금은 ‘세력이 남극까지 뻗치다, 다리를 뻗치다’와 같이 한 가지로 적어야 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일이나 경험, 또는 회상하는 것과 관련된 표현에는 ‘-더-’나 ‘-던(-)’을 씁니다. 그런 형태로는 ‘-더구나, -더구려, -더구먼, -더군(←더구나, 더구먼), -더냐, -더니, -더니라, -더니만(←더니마는), -더라, -더라도, -더라면, -던, -던가, -던걸, -던고, -던데, -던들, -던지’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든, -든가, -든지’를 쓸 자리에 ‘-던, -던가, -던지’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든, -든가, -든지’는 ‘내용을 가리지 않음’을 뜻하는 어미이므로 과거의 일과 관련된 ‘-던, -던가, -던지’와 뜻이 분명하게 구분이 됩니다. 그리고 ‘-던가’나 ‘-던지’에서는 ‘-가’나 ‘-지’를 생략할 수 없지만, ‘-든가’나 ‘-든지’에서는 ‘-가’나 ‘-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1) 그 집이 크던가 작던가 생각이 안 난다.
그가 집에 있었던지 없었던지 알 수 없다.
(2) 가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하렴.
많든지 적든지 관계없다.
예문 (1)은 과거의 일과 관련된 표현이므로 ‘-던가, -던지’를 썼습니다. 반면에, 예문 (2)는 ‘내용을 가리지 않음’의 뜻을 나타내므로 ‘-든가, -든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예문 (2)는 각각 ‘가든 말든 마음대로 하렴’, ‘많든 적든 관계없다’와 같이 ‘-가’나 ‘-지’를 생략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도 알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