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아직도 누군가 서성거린다」
김명인, 「아직도 누군가 서성거린다」
통째로 쏟아 부은
몇 레미콘분의 콘크리트 거적처럼 뒤집어쓰고
철근 골조는 마침내 잠이 들었다
인부들이 버리고 간 낮 동안의 고함 소리도
절단기 소음을 두더지 대가리처럼 패대던
망치질도 거기 앙탈하며 끼어들던
착암기의 쨍쨍거림도 지금은
먼지 부스러기로 주저앉아 어스름을 덮고 있다
각목 쪼가리들 그 불구를 뒤적거리며
함바집 여자 혼자 빈 그릇을 거둬들인다
푸른 잎맥들이 뻗어나가던 공터를 헐어내고
막간을 세우려는 어떤 힘의 음모가
저 그릇들에 담겼을까
세상에, 어설프게 얽힌 저런 세력이
구름의 함정이라니!
▶ 시_ 김명인 – 194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출항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동두천』, 『머나먼 곳 스와니』, 『물 건너는 사람』, 『푸른 강아지와 놀다』, 『바닷가의 장례』, 『길의 침묵』, 『바다의 아코디언』, 『파문』, 『꽃차례』, 『여행자 나무』와 시선집 『따뜻한 적막』, 『아버지의 고기잡이』, 산문집 『소금바다로 가다』 등이 있다.
▶ 낭송_ 남도형 – 남도형 – 성우. KBS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에 출연.
배달하며
구름의 함정이라니…!?
어지러운 공사판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다가 끝부분에 불쑥 관념적이고 애매모호한 구름의 함정이라는 표현에 이른다.
앰비규이티(ambiguity)? 생각해보면 사실적인 묘사를 한 공사판 풍경은 애매하고 모호한 언어로 치장된 풍경이고 구름의 함정만이 가장 명료한 실상에 가까운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언어는 늘 미흡하고 정확한 것은 아니니까.
등장인물은 함바집 여자 하나인데 시 전체에서 수많은 왁자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언어를 세밀하게 조탁하다 보면 결국 시인의 전정이 가 닿는 곳이 구름의 함정일 것 같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파문』(문학과지성사)
▶ 음악_ Tune ranch /crank city-1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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