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아리랑
- 전윤호(1964~ )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동해로 온다지만
난 동해에서 사랑을 놓쳤지
소금 사러 시장 간 사이
그녀는 사라져 버렸네
흥정을 위해 막걸리 몇 잔 낭비한 사이
파도에 취해 몇 번 쉬는 사이
봇짐을 간수하던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백봉령 넘어 백 리 길
구비마다 잰걸음으로 재촉하더니
어느 날쌘 파도를 타고 떠났을까
난 동해에서 사랑을 놓쳤지
소금 사러 시장 간 사이
그녀는 사라져 버렸네
흥정을 위해 막걸리 몇 잔 낭비한 사이
파도에 취해 몇 번 쉬는 사이
봇짐을 간수하던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백봉령 넘어 백 리 길
구비마다 잰걸음으로 재촉하더니
어느 날쌘 파도를 타고 떠났을까
서러운 소금 한 섬 지게에 얹고
혼자 돌아가네 천 리 길
검은 산 물 밑에 꽃이 지네
아라리요 아라리요
인생은 잃어버려야 철이 든다네
힘든 밥벌이 와중에 잃은 사랑은 더욱 서럽다. 대부분의 민요가 슬픔의 서사(敍事)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소금 사러 간 “백 리 길”이 사랑을 잃고 돌아오려니 “천 리 길”이 됐다. 소금 때문에 사랑을 잃었으나 ‘웬수’인 그 소금을 지고 돌아온다. 생계가 사랑보다 무겁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