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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송찬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9. 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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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송찬호

 

 

지난여름, 앰뷸런스에 실려 간 옆집 노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이 심은 호박도 넓게 넝쿨을 뻗지 못하고 시들었다

다만, 멀리서 소식 없는 한 점 혈육 같은,

담장에 매달린 호박 한 덩이만 애호박에서 늙은 호박으로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1(머니투데이, 20141128)


  사람살이 중에 지상의 그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몇 가지 불가항력이 있다. 그 중, 단연코 늙음이다. 모든 늙음은 죽음에게 불려가게 되는데 그 죽음은 언제나 손살 같이 찾아온다. 그것이 이치라는 것 모르는 이 또한 드물다. 그렇다면 우리는 늙음과 죽음에 대하여 초탈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생로병사의 불가항력을 알 듯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도 초탈해야 이치가 된다.

  그러나 손살 같은 죽음을 피해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옆집 노인의 이야기에 나는 왜 슬픔을 읽는 것일까. 노인이 심어놓고 간 호박이 시들시들 자라 늙은 호박이 되었다는 소식에 왜 나는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일까.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한 점, 혈육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