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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액자의 주인/안희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1. 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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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액자의 주인/안희연

입력 : 2016-11-18 17:46 ㅣ 수정 : 2016-11-18 17:53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119022004&wlog_tag3=daum#csidx957656d0879e7f2aa67eaa83579340f





주인/안희연 

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손목에서 손을 꺼내는 일이 

목에서 얼굴을 꺼내는 일이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꾸만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싶어했다 

아직 덩어리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할 수 없이 주먹을 내밀었다 

얼굴 위로 진흙이 줄줄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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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각 연이 ‘그’의 이야기인지 ‘나’의 이야기인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액자’가 가진 평면성과 ‘덩어리’가 가진 입체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혹은 그래서, 애초부터 이 시는 세부적인 의미를 묻고 따지는 것을 계산하지 않고 쓰여졌을 것입니다. 시는 ‘고통’이라는 감각을 말로 바꿔 놓는 장르가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드러내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를 통해 구속받는 자의 괴로움과 답답함,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전해졌다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주먹을 내밀었다’는 말에 조금 적극적인 해석을 보태고 싶습니다. 색다른 인사법쯤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꼭 ‘액자’를 깨뜨리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액자는 자신의 육체일 수도 있고, 삶의 조건일 수도 있고, 정치와 같은 사회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뭉개지는 위험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령 그 틀을 깨고 나오는 것이 미완의 ‘덩어리’에 불과할지라도 이미 우리는 2차원의 세계에 가둘 수 없는 3차원의 세계를 알고 있습니다. 

신용목 시인


2016-11-19 22면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119022004&wlog_tag3=daum#csidx2787437c0b3b6fd8e4be7f7cca09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