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시 공부

자화상/최금녀 -수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1. 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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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최금녀

 

 

기생이 되려다 못된 년들이

글을 쓴다는

김동리 선생님의 말씀으로

화끈 달아오르는 내 얼굴,

그 말씀에 주를 달아준 분은

더운 차 한 잔을 밀어놓고 사라지며

"끼가 있다는 뜻"이란다  

 

그렇다

느지막하게 내린 신끼로 굿을 치고 다니는데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가 등을 훑어내리고

옷 속으로 식은 땀 쭉 쭉 흐른다

애무당 하루라도 날춤을 추지 않으면

아쟁이, 대금소리에 삭신이 아프고 저려서

색색이 옷 차려입고 신 바람을 맞으며

동서남북 발길 안 닿는데 없다

 

세상만사 굿 한방이면 끝나는 듯

작두날 위에서 물구나무 서며

신끼 휘두르니 위태 위태하다

소리도 배워

사설도 익혀

한거리 제끼면

구경꾼도 모여들어 신기한 듯

늦게 배운 도둑질이 가여운 듯

박수도 쳐주어

신명 끓어 넘치는

기생 못된 선무당이여.

    

 

 

시집큐피드의 독화살(종려나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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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최금녀

 

 

기생이 되려다 못된 년들이

글을 쓴다는

김동리 선생님의 말씀

 

그렇다

느지막하게 내린 신끼로 굿을 치고 다니는데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가 등을 훑어내리고

옷 속으로 식은 땀 쭉 쭉 흐른다

 

애무당 하루라도 날춤을 추지 않으면

아쟁이, 대금소리에 삭신이 아프고 저려서

색색이 옷 차려입고 신바람을 맞으며

동서남북 발길 안 닿는 데 없다

 

세상만사 굿 한방이면 끝나는 듯

작두날 위에서 물구나무 서며

신끼 휘두르니 위태 위태하다

 

소리도 배워

사설도 익혀

한거리 제끼면

구경꾼도 모여들어 신기한 듯

늦게 배운 도둑질이 가여운 듯

박수도 쳐주어

신명 끓어 넘치는

기생 못된 선무당이여.

 

 

 

시집한 줄, 혹은 두 줄(시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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