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최금녀
기생이 되려다 못된 년들이
글을 쓴다는
김동리 선생님의 말씀으로
화끈 달아오르는 내 얼굴,
그 말씀에 주를 달아준 분은
더운 차 한 잔을 밀어놓고 사라지며
"끼가 있다는 뜻"이란다
그렇다
느지막하게 내린 신끼로 굿을 치고 다니는데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가 등을 훑어내리고
옷 속으로 식은 땀 쭉 쭉 흐른다
애무당 하루라도 날춤을 추지 않으면
아쟁이, 대금소리에 삭신이 아프고 저려서
색색이 옷 차려입고 신 바람을 맞으며
동서남북 발길 안 닿는데 없다
세상만사 굿 한방이면 끝나는 듯
작두날 위에서 물구나무 서며
신끼 휘두르니 위태 위태하다
소리도 배워
사설도 익혀
한거리 제끼면
구경꾼도 모여들어 신기한 듯
늦게 배운 도둑질이 가여운 듯
박수도 쳐주어
신명 끓어 넘치는
기생 못된 선무당이여.
―시집『큐피드의 독화살』(종려나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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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최금녀
기생이 되려다 못된 년들이
글을 쓴다는
김동리 선생님의 말씀
그렇다
느지막하게 내린 신끼로 굿을 치고 다니는데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가 등을 훑어내리고
옷 속으로 식은 땀 쭉 쭉 흐른다
애무당 하루라도 날춤을 추지 않으면
아쟁이, 대금소리에 삭신이 아프고 저려서
색색이 옷 차려입고 신바람을 맞으며
동서남북 발길 안 닿는 데 없다
세상만사 굿 한방이면 끝나는 듯
작두날 위에서 물구나무 서며
신끼 휘두르니 위태 위태하다
소리도 배워
사설도 익혀
한거리 제끼면
구경꾼도 모여들어 신기한 듯
늦게 배운 도둑질이 가여운 듯
박수도 쳐주어
신명 끓어 넘치는
기생 못된 선무당이여.
―시집『한 줄, 혹은 두 줄』(시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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