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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만] 낫설지 마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5. 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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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만, 「낯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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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마라


문동만

 

 

한 아이가 골목에서 생라면 까먹다 부스러기를 흘린다

가난한 날의 주전부리나 주눅들어 주저앉았던 담벼락

내 오래된 상징, 낯설었지  

 

작업복을 빨아 널며 나는 옆집 빨랫줄을 쳐다보네

엉덩이 쪽에 찌든 기름자국을 나도 모르게 숨기며  

 

망각은 청이끼처럼 자랐네  

 

이 착한 초여름 바람에

누구라도 꺼내 말리는 오래된 삶의 부표들  

 

내 꿈은 떠 있는 것이었지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지  

 

, 어떤 세월 그대여 낯설지 마라

 

 

 

시집그네(창비, 2009)

 


 

 

 

■ 문동만 |「낯설지 마라」를 배달하며… 

 

 

   봉제공장 보조사원으로 일하며 야간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 있었어요. 노모가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모교였죠. 원단을 나르거나 내의를 포장하는 일을 하고는 강의실에 허겁지겁 들어가면 뒤에 앉은 학우가 제 등에 붙은 실밥을 떼어주기도 하던 시절이었는데요. 그때는 왜 그렇게 매사에 주눅이 들던지요. 여기 한 아이가 골목에서 생라면을 까먹고 있군요. 한 사내가 기름자국 찌든 작업복을 빨아 빨랫줄에 널고 있군요. 맞아요. 성실한 시인님. 가라앉는 꿈은 꿈이 아니겠지요. 진짜 꿈 떠올리며 우리 함께 나아가요. 결코 가난하지 않은 세상, 우리 함께 손잡고 만들어가요.

  

   시인 박성우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우리 집 한 바퀴』 『동물 학교 한 바퀴』, 청소년시집 『난 빨강』 『사과가 필요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