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마라
문동만
한 아이가 골목에서 생라면 까먹다 부스러기를 흘린다
가난한 날의 주전부리나 주눅들어 주저앉았던 담벼락
내 오래된 상징, 낯설었지
작업복을 빨아 널며 나는 옆집 빨랫줄을 쳐다보네
엉덩이 쪽에 찌든 기름자국을 나도 모르게 숨기며
망각은 청이끼처럼 자랐네
이 착한 초여름 바람에
누구라도 꺼내 말리는 오래된 삶의 부표들
내 꿈은 떠 있는 것이었지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지
오, 어떤 세월 그대여 낯설지 마라
―시집『그네』 (창비, 2009)
■ 문동만 |「낯설지 마라」를 배달하며…
봉제공장 보조사원으로 일하며 야간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 있었어요. 노모가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모교였죠. 원단을 나르거나 내의를 포장하는 일을 하고는 강의실에 허겁지겁 들어가면 뒤에 앉은 학우가 제 등에 붙은 실밥을 떼어주기도 하던 시절이었는데요. 그때는 왜 그렇게 매사에 주눅이 들던지요. 여기 한 아이가 골목에서 생라면을 까먹고 있군요. 한 사내가 기름자국 찌든 작업복을 빨아 빨랫줄에 널고 있군요. 맞아요. 성실한 시인님. 가라앉는 꿈은 꿈이 아니겠지요. 진짜 꿈 떠올리며 우리 함께 나아가요. 결코 가난하지 않은 세상, 우리 함께 손잡고 만들어가요.
시인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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