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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그 후 또 장미
정호순
장미를 싫어했네
한 사람이 싫으면 그가 가진 다른 것도 싫어지듯
장미가 가진 그 모든 것들이 싫었네
화려해서 싫어했고 고혹적으로 유혹하는 것 같아 아름다워서 싫어했고
혼자서 잰 척 하는 것 같아 이쁘다고 해서 더 싫어했네
이제 장미를 사랑하려고 하네
화려함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고혹적이어서가 아니라
유혹을 안 해서가 아니라
잘난 척을 안 해서가 아니라
옆길로 새면서 삐닥선을 타면서 문을 닫고 미워하던 사람을
문을 열고 마중하는 것처럼 장미를 사랑하려고 하네
장미 뿐 아니라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모든 편견의 사물들
질투와 시기 혹은 이유도 없이 싫다고 했던 것들에게도
눈길 마음길을 열려고 하네
미움이 다 바래진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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