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의 ‘남다른’ 출산?육아 전략!
안녕하세요, 생생 동물 라이브 청취자 여러분! 뻐꾹~ 뻐꾹~ 청아하게 울리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오늘 한낮의 데이트 초대손님입니다. 바로 ‘뻐꾸기’지요. 뻐꾸기들은 남다른 출산과 육아 전략을 가진 새로 유명한데요. 최근 전 지구적으로 출산율 저하, 멸종 동물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지요. 뻐꾸기의 독특한 육아 방식에 혹 해답은 없을지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뻐꾸기 씨, 안녕하세요.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출산 후 알을 품을 둥지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요즘 둥지 지을 곳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만….
뻐꾸기 : 아이, 참 쑥스럽네요. 동물세계를 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저희 뻐꾸기들은 둥지를 틀지 않습니다. 전문용어로는 육아기생, 부화기생이라고 하죠. 흔히들 ‘탁란’이라고 하는데, 들어 보셨나요?
진행자 : 아, 네. 탁란(托卵)이라면 다른 새에게 알을 맡긴다는 얘기인가요?
뻐꾸기 : 그렇습니다. 저희 뻐꾸기들은 때까치, 알락할미새, 흔히 뱁새라고 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되면 그 새들이 알을 키워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 한국에서는 주로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를 이용하고 있지요. 알은 내가 낳고, 키워주는 건 전적으로 둥지의 주인인 계모에게 맡기는 식입니다.
진행자 :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기 새끼 키우기도 벅찬 현실인데,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순순히 알을 받아들여 줍니까?
뻐꾸기 : 호호~ 물론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모르게 하는 일이죠. 수컷이 망을 보다가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운 틈을 타 얼른 둥지 속으로 날아들어 알을 낳지요. 몸을 흔들어 알을 낳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아요.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붉은눈이오목눈이의 알 하나를 물고 나옵니다.
진행자 :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알이 뒤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까요? 아무리 ‘새머리’라지만 알의 색이나 모양, 크기를 보고 금방 눈치챌 것 같습니다만….
뻐꾸기 : 물론 눈치챌 가능성도 있지요. 하지만 저희 뻐꾸기들도 바보는 아니니까요. 알의 모양과 색깔이 비슷한 새의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사실 저희 뻐꾸기들은 같은 뻐꾸기라도 탁란하는 새 둥지에 따라 다른 알을 낳기도 합니다. 여기 한국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비슷한 파란색 알을 낳지만, 개개비 둥지에 탁란을 하는 일본 서식 뻐꾸기의 경우는 개개비 알과 비슷하게 흰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있는 알을 낳지요.
진행자 : 아, 정말 탁월한 전략이군요. 하지만, 알에서 깨어나면 아직 눈도 못 뜨는 어린 새끼인데, 혼자 다른 새의 둥지에 두고 나오는 건 잔인하지 않나요? 어미 새가 눈감아 준다고 해도 다른 새끼들이 눈치채고 힘을 모아 해칠 수도 있을 테고요.
뻐꾸기 : 사자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던져 살아남는 자식만 키운다고 했던가요. 저는 우리 뻐꾸기들의 핏속에 흐르는 강인한 생존 본능을 믿습니다. 저 역시 남의 둥지에서 이렇게 자라났으니, 제 자식도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살기 위해 안 한 짓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잔인했구나 하고 몸서리가 쳐질 정도지요.
진행자 :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뻐꾸기 : 저처럼 제 어머니도 저를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서 낳고 날아가셨죠. 저는 다행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진짜 알보다 빨리 부화했습니다. 진행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상태였지만, 저는 있는 힘을 다해 옆에 있는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둥지에는 3개의 알이 있었는데, 저는 그 중 1개만을 없앨 수 있었죠. 나머지 2개의 알은 부화에 성공했고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보다 체구가 훨씬 큽니다. 다 자란 상태에서는 몸집이 배 이상이지요. 당연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보다 많이 먹어야 이렇게 자랄 수가 있습니다. 먹이를 더 얻어먹기 위해 더 크게 울며 어미 새를 재촉했습니다. 때로는 우리 새들을 잡아먹는 적을 불러올 정도로 크게 울어 댔지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어미 새가 제 입에 더 많은 먹이를 넣어줄 테니까요.
진행자 : 제가 자료 화면을 보니, 정말 누가 자식이고 누가 어미인지 의아할 정도로 크기 차이가 많이 나네요. 제가 붉은머리오목눈이라면 먹이를 구해다 주기는커녕, 뻐꾸기 부리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을 용기도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몸통까지 한번에 꿀꺽 할 정도로 입이 크네요.
그건 그렇고, 아까 말씀 중에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진짜 알들보다 빨리 부화됐다고 하셨는데요. 그건 본인만 겪은 행운입니까? 아니면 어떤 뻐꾸기든 그렇습니까?
뻐꾸기 : 날카로운 질문이십니다. 저희 뻐꾸기들이 최근까지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영국 셰필드 대학의 연구진들이 생물학회지 ‘프로시딩스 B’저널에 그 비밀을 발표했더군요.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 뻐꾸기들은 알을 낳기 전 몸속에서 24시간 품을 수 있는 ‘체내부화’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1802년에 이미 제기되었던 설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며 무시됐었죠. 하지만 영국의 과학자들은 뻐꾸기들이 몸속에 24시간 알을 품으면, 31시간이 지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체내에서는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지요. 탁란하는 새의 새끼들과 함께 깨어난다면 뻐꾸기 새끼가 살아남을 확률은 훨씬 줄어들게 될 테니까 우리 뻐꾸기로서는 정말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진행자 : 다른 새에게 양육을 맡기니, 일종의 은인인 셈인데 그 어미 새 새끼들의 생명을 빼앗아 생존한다니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뻐꾸기 : 그건 뭘 모르시는 말씀이네요. 뻐꾸기뿐 아니라 전체 새들 중 1% 가까이가 탁란으로 번식합니다. 새들은 그 정도이지만, 곤충 쪽에서는 더 흔한 일이죠. 인간 세상에서도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시겠죠? 어떤 전략을 택하든 종족을 번식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요. 아예 안 낳고 있는 것보다야 낫지요. 암, 그렇고 말고요.
진행자 : 네, 지금까지 뻐꾸기 씨의 출산과 육아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얘기하셨지만, 저 유명한 탁란 습성 때문에 뻐꾸기의 개체 수는 항상 위태로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역시 모두 다 뻐꾸기의 새끼를 키워주는 것은 아니라서 탁란이 성공하는 것은 겨우 10%에 불과합니다. 다른 지역에서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본에서 담청색날개까치에 기생하는 뻐꾸기의 경우, 탁란을 한지 10년 안쪽의 지역에서는 알을 제거하는 까치가 없었지만, 20년 이상 된 곳에서는 40% 이상의 까치가 뻐꾸기의 알을 없앤다고 합니다. 이용당하는 쪽도 넋 놓고 있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만약 이용당하는 쪽에서 알을 100% 가려내 제거해 버린다면 뻐꾸기는 다른 새를 찾아내 알을 낳겠지요. 둥지를 틀고 새끼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키우는 고생을 덜기 위한 뻐꾸기의 방법이 과연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청취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지금까지 동물 생생 라이브였습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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