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상황입니다. 사과농사꾼 가족도 먹고살아야 하고 멧돼지 가족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지난해 저는 콩 농사 시늉을 좀 했었는데요. 콩 순이 올라오기만 하면 고라니가 와서 말끔히 먹고 가는 거였습니다.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빤히 보고 있어도 대놓고 먹더군요. 어쩌다 고라니까지 내 부양가족이 되었지? 남 일 같지 않은 이 사과농사꾼 시인이 가야 할 길이 까마득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시인 박성우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우리 집 한 바퀴』 『동물 학교 한 바퀴』, 청소년시집 『난 빨강』 『사과가 필요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