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겨울산
정일근
첫눈 맞고 있는 겨울산을 보면
흰털 세운 한 마리 산짐승 같으니
부드럽게 웅크린 등줄기나
가슴께로 바짝 당겨놓은 살진 허벅지
이놈아, 하고 툭툭 치면
웅크렸던 몸 긴 기지개 한 번 펴고는
산길 따라 세차게 달려갈 것 같으니
이 땅 어느 산을 올라도
모든 길은 백두에 닿는다는
백두대간의 큰 꿈을 아는가
첫눈 내리는 날 한반도 모든 산줄기를
흰털 하얗게 곧추세워
하얀 능선 위를 달려가고 있으니
그놈의 등에 덥석 올라타는 꿈이여
겨울산과 한 몸의 날렵한 산짐승이 되어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튼튼한 등뼈를 밟고
한걸음에 달려가는 즐거운 꿈이여
―시선집『소월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 2004)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산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은 강이 아니어서/김윤현 (0) | 2018.02.23 |
---|---|
겨울산/김수열 (0) | 2018.02.23 |
산/함민복 (0) | 2018.02.23 |
날아오르는 산 /정일근 (0) | 2018.02.23 |
산 너머 저쪽/카알 붓세 (0) | 2018.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