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겨울산/정일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2.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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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정일근

 

 

첫눈 맞고 있는 겨울산을 보면

흰털 세운 한 마리 산짐승 같으니

부드럽게 웅크린 등줄기나

가슴께로 바짝 당겨놓은 살진 허벅지

이놈아, 하고 툭툭 치면

웅크렸던 몸 긴 기지개 한 번 펴고는

산길 따라 세차게 달려갈 것 같으니

이 땅 어느 산을 올라도

모든 길은 백두에 닿는다는

백두대간의 큰 꿈을 아는가

첫눈 내리는 날 한반도 모든 산줄기를

흰털 하얗게 곧추세워

하얀 능선 위를 달려가고 있으니

그놈의 등에 덥석 올라타는 꿈이여

겨울산과 한 몸의 날렵한 산짐승이 되어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튼튼한 등뼈를 밟고

한걸음에 달려가는 즐거운 꿈이여


 

 

―시선집『소월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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