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시 창작 강의 (10)
시와 이미지
시적 표현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지Image입니다. 시가 시적 요인을 갖추기 위해서 이미지를 통한 표현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지가 시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쯤 짚어보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어원이 라틴어에서 유래되고 있는 이미지는 상, 심상, 영상, 표상으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인간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사물의 감각적 영상을 가리키며 주로 시각적인 것을 말하지만 시각 이외의 감각적 심상도 이미지라고 합니다. 시인이 대상을 감각적으로 호소하기 위하여 묘사하는 주로 은유적인 표현이며, 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말은 심리학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여 心象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원래 직접적인 외적 자극에 의하지 않고 의식에 나타난 직관적인 내용을 가리키는 것이며, 기억 심상이나 상상 심상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점차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 직관적 내용뿐만 아니라 관념과 동일한 뜻으로 非직관적인 내용이나 감정을 수반한 내용이나 주관의 평가가 들어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지라는 용어가 쓰이게 되었습니다.
가령 <낙엽은 /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표현이 있다할 때 낙엽은 대상이며 그것을 폴란드 망명정부가 발행한 쓸모없는 지폐라고 함으로서 낙엽이 가진 쓸모없음, 또는 허망함을 드러내 줍니다. 이것은 낙엽이 가진 이미지를 시인이 가진 감각으로 나타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표현 <달은 청상과부 / 깊은 밤 홀로 푸르다>가 있습니다. 싸늘한 하늘에 걸린 달의 이미지와 혼자 있는 외로운 심사를 대비시켜 내면을 표현해 줍니다. 이렇게 이미지를 통하여 시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방법은 시에서 많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사물과 그 사물이 가진 이미지는 느끼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시인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활용함으로서 보다 쉽게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를 추구하는 일련의 운동을 이미지즘(Imagism 寫像主義)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프랑스 상징주의를 계승한 것으로 191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T E 흄, E 파운드를 중심으로 전개된 반 낭만주의 시운동을 말합니다. 처음 이미지즘을 제창한 것은 영국의 철학가이며 비평가인 흄이며 파운드는 흄의 예술론에서 암시를 얻어 <이미지즘>이란 말을 생각해 냈다고 합니다. 이미지즘의 목표는 1)일상어의 사용 2) 새로운 리듬의 창조 3) 제재의 자유로운 선택 4)명확한 시상(이미지)을 줄 것 5) 집중적 표현을 존중할 것 등입니다.
독자들 중에서 습작을 할 때 이미지에 대하여 확실한 지식이 없이 쓰다보면 긴장감을 얻지 못하기도 하고 불투명한 비유나 표현을 하게 됨을 접하게 됩니다.
푸른 물줄기 /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 낙동강 칠백 리 / 우리들의 젖줄기//
역사의 핏줄로 흐르는/ 우리들의 젖줄기가/ 폐수로 오염되어 병들고 있다//
····이하 생략
독자의 시 <낙동강> 앞부분
위 시행들에서 낙동강을 젖줄기나 역사의 핏줄로 이미지화 하고 있으나 그 이미지가 개성이 없고 신선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입니다. 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창작태도라 볼 때 위 시는 실패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위 시행을 아래와 같이 고쳐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강물을 마신다
푸른 젖줄기
굽이굽이 뻗어 가는
낙동강 칠백리
우리들의 혈액
역사는 강물에 쓰여지고
폐수로 가득한 역사
원작의 이미지를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쳐 보았지만 그것은 시인 개개인의 개성에 의해 창출되는 이미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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