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엄마, 반찬 좀"..신(新) 캥거루족 아세요?
유승목 기자 입력 2018.03.16. 06:01
독립할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결혼을 했거나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에도 생필품이나 반찬까지 지원을 받는 신(新) 캥거루족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 중 14.9%는 '이전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부모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집 값, 생활비, 심지어 반찬 등까지 지원을 받는 이들도 새로운 캥거루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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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할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결혼을 했거나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에도 생필품이나 반찬까지 지원을 받는 신(新) 캥거루족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인식 보다는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30 대부분, 아직 '아기 캥거루'=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12일 '캥거루족'을 주제로 2030 직장인 97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2%가 '(부모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캥거루족 뿐 아니라 자립을 위해 부모를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리터루족'(리턴과 캥거루의 합성어)도 늘고 있다.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 중 14.9%는 '이전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부모에 기대어 함께 사는 젊은이들을 일컬었던 캥거루족의 의미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부모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집 값, 생활비, 심지어 반찬 등까지 지원을 받는 이들도 새로운 캥거루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지 없어서가 아니야=이들이 취업·결혼으로 자립했음에도 부모의 지원을 받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캥거루족의 실태 분석과 과제'에 따르면 저임금, 고용불안 등 경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청년층의 상당수가 실질적인 경제적 독립이 불가해 캥거루족이 되고 있다.
높은 주거비용과 고물가도 이들이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이유 중 하나다. 졸업 후 독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미국과 영국,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도 캥거루족이 최근 급증하는 이유도 청년실업·등록금 부담·대도시 주거난 등 경제 구조적 요인과 관련이 깊다.
최근 자취 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직장인 조모씨(28)는 "열심히 일해도 한 달 월급으로 비싼 집세를 감당하다보면 저축과 결혼 등 미래를 꿈 꾸기 힘들다"며 "비용을 줄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취업을 해도 자립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부모의 도움에 기대는 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혼 직장인 김모씨(33)는 부모로부터 반찬이나 생활용품을 지원받을 때가 많다. 유씨는 "출산율이 낮아 문제라고 하지만 막상 자녀를 낳고 보니 집 값은 물론 높은 물가와 육아비용까지 겹쳐 버거울 때가 많다"며 "미안할 때가 많지만 부모님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자립해 떠나보낸 자녀들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혼 자녀를 둔 윤모씨(61)는 열심히 살지만 늘 팍팍해 보이는 자녀가 안쓰러울 때가 많다. 윤씨는 "솔직히 기성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집을 사주는 것 까진 힘들어도 여력이 닿는다면 충분히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전문가들은 캥거루족을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하기만 바라는 청년들의 문제로 바라봐선 안된다고 말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처음 캥거루족이 심리적 문제로 발현된 것이 맞다"면서도 "지금은 독립 자체가 어려운 만성적인 경제 문제가 캥거루족 현상의 주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자본이 축적돼야 자립할 수 있는데 애초에 이 자체가 불가해 부모 품을 떠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이어 "더 이상 캥거루족을 단순히 '의지 부족' 등의 문제로 치부해 손가락질 해선 안된다"며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로 보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청년들의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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