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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촛불을 끌 때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촛불을 끌 때
촛불을 끌 때
-이덕규(1961~ )
-이덕규(1961~ )
나는 감히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지 못한다
입으로 불어 끄지 못한다
맨손으로 공손하게
지그시 잡아서 끈다
간절한 눈빛 감겨드리듯이
생일상의 촛불은 환호 속에 불어서 끈다. 활기차게 살고 있는 생명은 근심의 대상은 아니다. 제사상의 촛불은 조심조심 불어서 끈다. 혼령은 희미하고 약한 법이니까. 그런데 아예 불어서 끄면 안 되는 촛불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생명만큼 귀하고 혼령보다 더 희미한 어떤 것일까. 다쳐선 안 될 아슬아슬한 소망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방금까지 영혼이 깃들어 살던 몸의 눈을 입으로 불어서 감기는 경우는 없다. 어떤 촛불은 목숨의 마지막 깜박거림 같은 것인가 보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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