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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이선이
반쯤 먹다 남겨 둔 곰표 밀가루
봉지 열고 들어가
반죽을 개는 이 있으신지?
장마 내내
하품 옮기는 빗소리 쟁이며
곰은 무얼 빚으시는지?
보관 기간 지나고도 찾아가는 이 없는 분실물처럼
싱크대 옆 서랍에 처박혀
마늘도 쑥도 없이
어떻게 허기를 견디시는지?
생활의 여분은 기억 저편에 잘 모셔 두고
짐짓 모른 체하느라
가정용 다목적 박력분 슬픔을 버무려
곰돌이 푸우를 만들고 계시는지?
밀가루 뒤집어쓰고 북극으로 달려가
무너져 가는 한 세계 구원할
거대한 빙산을 만들고 계시는지?
계절이 바뀌도록 방구석 지키고 있는
늙은 공시생(公試生)처럼
세상의 구조를 기다리고 계시는지?
기다리다 지쳐 쭈그리고 앉아서는
저 빗속을 향해
발바닥만 한 수제비나 툭툭 떼어 넣고 계시는지?
ㅡ아시아경제『오후 한 詩』(2019년 8월 21일)
■담담하되 애잔한 시다. 그런데 이 시를 읽고 곰곰이 헤아려 보니 나도 참 못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처럼 "세상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이의 안부를 궁금해한 적이 요 몇 년 동안 정녕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싶어서 말이다. 오히려 내가 전혀 안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실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에게만 연락하고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어 얼굴이 홧홧거린다. 오늘은 우선 시간강사마저 그만두게 된 후배에게 문자라도 보내야겠다. 설렁탕이나 한 그릇 먹자고, 여전히 깍두기 좋아하냐고, 진심으로 그냥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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