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가는데 웬 고어텍스?" "오버해서라도 입어야 안전"
김홍준 입력 2019.10.05. 00:20 수정 2019.10.05. 00:54
WP "한국, 여름만 120만원 구매"
같은 제품도 한국선 2~3배 비싸
“뒷산 가는데 뭔 고어텍스냐.”
실제 어떤 산악회는 고가의 의류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기도 한다. 산악회원 김모(55)씨는 “누군가 괜찮다 싶은 걸 사면 경쟁하듯 따라 사는 회원들이 있다”며 “그래서 패션이 비슷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 모(45) 씨는 “좀 비싸다는 의류·장비를 갖춰야 회원들이 관심을 보내는 것 같아 계속 고가 물건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 약 500만원 어치 의류·장비를 샀다고 밝혔다. 한 브랜드의 배낭은 ‘1ℓ당 1만원’이라는 별칭도 있다. 당일 산행용 30ℓ 배낭이 30만원이라는 얘기다.
비싸다 보니 기능성 등산복은 비리 현장에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한 공무원은 산불 진화 장비 업체에 사이즈까지 제시하며 자신이 개인적으로 입을 재킷을 요구하다 적발됐다. 구청이 발주한 공사를 감독한 공무원은 건설업자에게 의류·배낭·등산화 등 ‘세트’ 200여만 원어치를 받는 등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고어텍스는 한국인을 ‘봉’으로 삼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민단체는 외국에서 파는 같은 모델의 고어텍스 의류가 한국에서는 2배를 받는다고 했다. 대개 같은 아웃도어 제품이 수입업체를 통해 한국에 유통되면 해외 가격의 2~3배에 이르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아웃도어 활동에 기업의 마케팅과 상업성이 접목 됐다”며 “여가활동 자체보다 장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공식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뒷산에 고어텍스’는 한국인 특유의 격식 차리기, 유행 타기에 편리를 추구하다 보니 나오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문제가 아니라 ‘값어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8000m급 14곳을 오른 김미곤(47·한국도로공사) 대장은 등산 장비 갖추는 요령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에어백·ABS(잠김 방지 제동장치)가 없는 차보다 있는 차가 안전하다며 기능과 안전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는 “뒷산 가는데 고어텍스를 입어도 결코 과잉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오버를 하는 게 사고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고 김창호 대장과 함께 네팔 강가푸르나 루트 개척으로 황금피켈상 심사위원상을 받은 최석문(46·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씨는 “산이 크건 작건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따른 옷이나 장비를 잘 챙겨야 한다”면서 “해가 급격히 짧아지는 가을·겨울철은 물론 여름에도 재킷·랜턴·물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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