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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오봉옥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ㅡ일간『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서울신문. 2015-11-21일 토요일)
ㅡ시집『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실천문학사, 199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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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연인 때도 한번쯤 같이 먹었고 친구들끼리도 나눠 먹었고 퇴근길 따끈한 봉지의 포근함을 안고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사다 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붕어빵이 새로운 맛의 호떡에 밀리고 상혼이 스며들어 크기도 줄어들고 천원에 5개 하던 것이 3개로 줄었다.
하지만 붕어빵 속의 앙고 맛은 예전의 달콤함 그대로이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했던가. 붕어빵을 먹은 아이가 제 자식에게 햄버거를 사주었던 것처럼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세대를 거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했으니까...
역효도?/정호순
나 어릴 때 아버지
내 밥숟가락에
생선가시를 발라
고이 올려 주셨지
오늘 난 아버지에게 못하고
아들 밥상에
쪼그리고 앉아
생선가시를
발라주고 있네
아들은 이 다음에
할아버지처럼
아버지처럼
제 자식에게
또 다른 가시를 발라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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