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송수권
시적 표현과 진실에 이르는 길-상상력이란 것은 인지능력 즉 경험을 통과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산골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는 해가 산에서 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갯가에서 자란 아이는 해가 바다에서 뜬다고 여긴다. 어린이는 돌을 단단한 장난감으로 여기나, 성숙한 어른은 돌을 용암이 굳어져서 풍상에 깨어진 인내-감내-인고의 표상으로 본다. 이것이 인식의 눈이며 표상능력이다.
나의 경험으로도 유형화되고 유통언어에 걸린 시들을 몰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고백한다. 진지한 시작詩作 과정의 극기훈련 없이는 대중화에 물든 저속성의 시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호우처럼 쏟아지는 정보매체의 언어에 시인은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칩거하면서 부정하거나, 이를 극복하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시인인 것이다.
시란, 시인이란 아니 시를 쓰려고 작심한 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킨 셰익스피어가아니라, 무릇 고생물학자의 고행을 먼저 배우고 진진한 감성의 논리로서 진지한 어법을 먼저 배울 일이다. 진지한 어법이란 한 시대의 이념에 종속되어 굳어진 말버릇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러니나 위트, 해학, 풍자 등의 언어 본래의 정신을 폭넓고 다양하게 구사하는 어법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시어가 가진 자율성을 말하며, 이 자율성의 정신이 풍만했을 때 상상력은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이다.
탤런트나 거리의 화제를 뿌리고 사는 인기 있는 사람이 시집을 내면 ‘떴다방’이 되고 전문코드를 가진 시인이 시집을 내면 외면당하는 수가 허다하다. 수위가 시를 못 쓰고 교수가 시를 잘 쓴다는 얘기가 아니라 독자층의 70%는 정보언어나 유통언어로 씌어진 소비적인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다름 아닌 쇼비즘(속물주의) 근성이며 달갑잖은 포퓰리즘(대중성)으로 바깥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시인 것이다. 인문학적 지식이 없이는 현대시를 지을 수도 이해하고
감상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시인이 독자보다 많다거나 천 사람의 독자보다 깊이 있는 한 사람의 독자가 참다운 독자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시에 대한 독자의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시인들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기교와 방법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시의 기법은 바로 이러한 결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계속 아름다운 것은 우리를 질리게 한다. 새로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일 말하는 ‘낯설게 하기’와 모순어법 등은 현대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시적 애매성을 초래했다,
시란 결국 ‘발상과 표현’의 문제다.
발상에 있어서는 ‘상상력의 코드번호 찾기’이고, 표현이 문제에 있어서는 경구나 선전문구(로고송)또는 속담유의 직설로는 시가 되지 않으니 반드시 비유와 상징의 하나의 은유체계가 완성되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인문학적 바탕이 없이는 고도한 지적능력(상상력)을 발산할 수도 없으며 설사 이 능력(직관력)을 갖추엇다 하더라도 표현기법 없이는 한편의 시를 완성할 수 없다.
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1. 사물을 깊이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른다. 지식이나 관찰이 아닌 지혜(지식+경험)의 눈으로 보고 통찰하는 직관력이 필요하다.
2. 새로운 의미depaysment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대한 ‘의미 부여’가 있을 때 소재를 붙잡아야 한다. 단순한 회상이나 추억, 사랑 등 퇴행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3.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유화 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 이것이 종자 받기(루이스)다(이미지+이미지=이미저리→주제(가치와 정신)확정).
4. 이미지와 이미지를 연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정서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추상적 관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정서를 체계화하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1차적 정서를 2차적 정서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쓴다. 이것을 ‘정서적 객관화’ ‘감수성의 통일’등으로 부른다.
5. 현대시는 ‘노래의 단절에서 비평의 체계’로 넘어와 있다는 피스의 말을 상기하라. ‘-네’ ‘-오리다’ ‘-구나’ 등의 봉건적 리듬을 탈피하라.
연과 행의 구분을 무시하고 산문 형태로 시도해 보는 것도 시 쓰기(매너리즘)에서 탈피하는 방법(형식)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형식은 그대로 두고 ①-④의 항목에다 적어도 ‘인지적 충격+정서적 충격’이 새로워져야 함은 물론이다.
6. 초월적이고 달관적인 시는 깊이는 있어도 새로움이 약화되기 쉬우니 프로근성을 버리고 아마추어의 패기와 도전적인 시의 정신을 붙잡아라.
이는 ‘시 쓰기’를 익히기 위한 방법이며, 늙은 시가 아니라 젊은 시를 쓰는 방법이다.
7. 단편적인 작품보다는 항상 길게 쓰는 습관을 길러라
8. 지금까지의 전통적 상징이나 기법이 아닌 개인 상징이 나오지 않으면 신인의 자격이 없다. 완숙한 노련미보다는 젊은 패기의 표현기법이 필요하다. 실험정신이 없는 시는 죄악에 가깝다.
9. 좋은시(언어+정신+리듬=3합의 정신)보다는 서툴고 거친 문제시(현대의 삶)에 먼저 눈을 돌려라
10. 현대시는 낭송을 하거나 읽기 위한 시가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도록 만드는 시이니 엉뚱한 제목(진술적 제목), 엉뚱한 발상, 내용 시상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제를 깊이 감추고, 모든 것을 다 말하지 말고 절반은 비워둬라. 나머지상상력은 독자와 평론가의 몫이다.
11. 일상적인 친근어법을 쓰되 가끔은 상투어로 박력 있는 호흡을 유지하라.
12. 리듬을 감추고 시어의 의미가 위로 뜨지 않게 의미망 안에서 느끼도록 하라.
이해 행간을 읽어가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애매모호ambiguity성이 전체 의미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심층심리 복합현상(원형상징)과 교묘한 시어들의 울림에 으한 콘텍스트를 적용하라.
13. 시의 주제는 겉뜻(문맥)이 아니라 읽고 나서 독자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감추어라(주제).
아니마를 읽고 그 반대항인 아니무스의 세계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라.
14. 현대가 희극성/비극성의 세계로 해석될 때 비극성의 긴장미(슬픔, 우울, 고독, 권태, 무기력, 복수, 비애 등의 정서)를 표출하라. 이것이 독자를 붙잡는 구원의식이다. 이는 치유능력 즉 주술성에 헌신한다.
15. 유형화된 기성품이나 유통언어를 철저히 배격하라. 개성이 살아남는 일―이것이 시의 세계다.
16. 정서의 구조화’가 되어 있지 못한 시는 실패작이다. 왜냐하면 ‘감수성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제에 의한 의미구조의 통일만이라도 꿈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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