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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펴낸 김점용 시인
사진 / 김점용 시인
꽃아, 가자
김점용
꽃아, 가자
네 온 곳으로
검은 부르카를 쓰고
아무도 몰래 왔듯
그렇게 가자
검은 우물 속이었을까
밤새 울던 풍경
먼 종소리 그 아래였나
푸른 별을 타고
색 묻지 않은 별빛을 타고 돌면서
삼천대계를 돌면서
꽃아, 가자
혼자 싸우듯
아무도 부르지 말고
아무도 몰래
네 온 자리
색 입지 않은 곳
별 뜨지 않은 곳
가자, 꽃아
- 김점용 시집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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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했던 2020년 한 해, 어쩌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던 한 해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이런 마음은 나만의 것은 아닐 터, 지금 나는 무언가 혁명적 치유가 필요한 지점에 서있다. 진정 떠나고 싶고 떠나야 한다. 지금 여기 이 자리가 고통의 자리라면, 아무 것도 바랄 수 없고 키워낼 수 없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시간이 쉼 없이 가듯 모든 인생도 어디론가 가는 것! 극한 투병의 자리에서도 시집을 상재한 겨울꽃 같은 시인을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이런 꽃의 향기에 젖어보는 우리도 꽃, 언젠가는 꽃처럼 누울 인생들, 병상의 김점용 시인, 그 마음이 마음으로 축축하게 젖어온다. 부디 기적 같은 쾌유를 기원하며...
시인이여! 꽃이여! 어서, 기필코, 일어나 함께 갑시다.
[최한나]
출처 : 중앙뉴스(http://www.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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