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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오영미
언덕, 하고 말하면
저 너머에서 누가 올 것 같다
언덕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꽃들이 하늘거리며 흔들릴 것 같다
느낌표 같은 호수가 보일 것 같고
술 잘 사주는 스님과
술 잘 마시는 여자가
함께 걸어올 것 같은
따옴표로 정지될 것 같은
그래서 너는 기쁨처럼 오고
도둑처럼 슬픔으로 가곤 하는 건가
언덕, 하고 부르면
시간이 구부러질 것 같고
창문이 휠 것 같아
나는 소설을 쓰고
장미는 시를 쓰고
담쟁이는 산문을 쓰지
언덕을 오르면 모네의 그림이 출렁이고
온갖 꽃으로 장식된 말들이
우르르 뒹굴며 꽃멀미 하게 되지
―시집『청춘예찬』(시와정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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