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언덕 /오영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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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오영미

 

 

언덕, 하고 말하면

저 너머에서 누가 올 것 같다

 

언덕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꽃들이 하늘거리며 흔들릴 것 같다

 

느낌표 같은 호수가 보일 것 같고

 

술 잘 사주는 스님과

술 잘 마시는 여자가

 

함께 걸어올 것 같은

따옴표로 정지될 것 같은

 

그래서 너는 기쁨처럼 오고

도둑처럼 슬픔으로 가곤 하는 건가

 

언덕, 하고 부르면

시간이 구부러질 것 같고

창문이 휠 것 같아

 

나는 소설을 쓰고

장미는 시를 쓰고

담쟁이는 산문을 쓰지

 

언덕을 오르면 모네의 그림이 출렁이고

 

온갖 꽃으로 장식된 말들이

우르르 뒹굴며 꽃멀미 하게 되지

 

 

 

시집청춘예찬(시와정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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