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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게
송문희
아픔이 울고 간 평화는 고요했다 그해 가장 먼 시간까지 견디느라 작은 아픔이 무한대로 커지는 동안 눈에 보이는 아픔들이 오래된 아픔에 귀가 멀어질 때
먼 가지 끝에 달린 슬픔의 무게가 점점 커져 이젠 어떤 슬픔에도 다시 시를 쓸 수 없을 때
슬픔이 사라진다는 것은 친구가 사라지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일까 가지 끝 새 한 마리 한참 마주보다 날아간 뒤 메마른 자리에 다시 슬픔이 고일 때
십이월, 너가 떠나고 한참 뒤 삶은 아름다운 슬픔이라는 것을, 시는 아름다운 고통이라는 것을, 삶의 절반은 슬픔인 것을 알았다
한바탕 사랑이 울고 간 계절의 뒤편이 젖어 있다
―시집『고흐의 마을』(달아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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