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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을 읽다
김재호
어시장 뒷골목의 기억은 파랑이다
바다가 심장을 통째로 내어놓은 듯
난파선 퍼질러 앉은 저 장엄한 죽음이여
장황한 설명이나 단출한 부연 없이
물결처럼 그어지는 운명을 받아 든다
파도가 가르쳐주던 거스름의 무늬를
꿈과 이상은 미완의 섬, 현저한 온도 차
제 삶에 일어나는 파문을 다독이며
조각난 물빛 삼키듯 처분만 기다리네
언젠가 푸르던 그 바다로 돌아가면
배 밑에서 춤추며 퍼덕이는 날개 접고
통통배 갯배 머리에 장승처럼 서리라
―<뉴스N제주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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