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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담쟁이
김임백
무엇을 얻으려고 안간힘 썼던가
겁 없이 훌쩍 담장 뛰어넘으려 했지만
더는 디딜 곳 없는 허공 아득하여라
여린 발가락 움직여
담벼락 오를 때 부풀었던 꿈들
보란 듯 꼭대기에서 짙푸른 빛으로
담장 너머 먼 세상 거머쥐려 했건만
축대 벽에 붙어 수맥은 마르고
팔다리 떨려도 힘차게 오른다
바람이 살갗 스쳐 지나가
핏기 마른 가슴 바싹 움츠러든다
이슬처럼 머물다 사라질 몸
분별없이 천하를 내 것인 양
하늘로 올라갈 것처럼 교만했던 지난날
한 마음 가슴으로 삼키고
담벼락을 움켜쥐고 기댄 채
땅속 깊은 곳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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