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겨울 담쟁이 /김임백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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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담쟁이

 

김임백

 

 

무엇을 얻으려고 안간힘 썼던가

겁 없이 훌쩍 담장 뛰어넘으려 했지만

더는 디딜 곳 없는 허공 아득하여라

여린 발가락 움직여

담벼락 오를 때 부풀었던 꿈들

보란 듯 꼭대기에서 짙푸른 빛으로

담장 너머 먼 세상 거머쥐려 했건만

축대 벽에 붙어 수맥은 마르고

팔다리 떨려도 힘차게 오른다

바람이 살갗 스쳐 지나가

핏기 마른 가슴 바싹 움츠러든다

이슬처럼 머물다 사라질 몸

분별없이 천하를 내 것인 양

하늘로 올라갈 것처럼 교만했던 지난날

한 마음 가슴으로 삼키고

담벼락을 움켜쥐고 기댄 채

땅속 깊은 곳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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