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감나무 이발관 /성정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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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이발관

 

성정현

 

 

아버지 생전 마을에서

단체 꽃구경이라도 가는 날이면

어르신들 새벽부터

이발하러 줄을 섰다

 

어머니 생신날 아버지 생각나

무뎌진 이발 가위 들고

감나무 그늘에

아들 녀석을 앉힌다

 

제 키만큼 웃자란 머리카락

바가지 씌워 동그랗게

아버지 흉내 내 보는데

짧아져 어색한 앞머리 보며

학교 가기 싫다고 울어버린 아들

 

과꽃 핀 꽃밭 강아지풀들

괜찮다, 괜찮다 꼬리 흔들고

무쇠 밥솥 계란찜 뜸 들 때면

조바심에 바라보던 양철 대문

단풍 물든 감잎 몇 장

바람에 진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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