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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이발관
성정현
아버지 생전 마을에서
단체 꽃구경이라도 가는 날이면
어르신들 새벽부터
이발하러 줄을 섰다
어머니 생신날 아버지 생각나
무뎌진 이발 가위 들고
감나무 그늘에
아들 녀석을 앉힌다
제 키만큼 웃자란 머리카락
바가지 씌워 동그랗게
아버지 흉내 내 보는데
짧아져 어색한 앞머리 보며
학교 가기 싫다고 울어버린 아들
과꽃 핀 꽃밭 강아지풀들
괜찮다, 괜찮다 꼬리 흔들고
무쇠 밥솥 계란찜 뜸 들 때면
조바심에 바라보던 양철 대문
단풍 물든 감잎 몇 장
바람에 진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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