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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돌을 읽다
허정진
고향 집 우물가에 등 굽은 검은 숫돌
지문이 없어지듯 닳고 닳은 오목 가슴
그리움 피고 지는 듯 마른버짐 돋는다
대장간 불내 나는 조선낫 집어 들고
제 몸을 깎여가며 시퍼런 날 세우면
뽀얗게 쌀뜨물일 듯 삭여가는 등뼈들
새벽녘 고요 깨고 쓱싹대는 숫돌 소리
가만한 한숨처럼 은결든 울음처럼
짐 진 삶 견디어 내는 낮고 느린 수리성
묵직한 중량감 든든한 무게 중심
자식들 앞날 위해 새우잠 참아내며
평생을 여백으로 산 아버지를 읽는다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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