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수국을 보는 아침 /고경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6. 12:39
728x90

수국을 보는 아침

 

고경자

 

 

밤이라는 의심이 사라지면

꽃들이 피어난다

오해가 그리는 풍경에서

나는 햇볕의 기회주의자일까

화해의 꽃대가 피우는 로맨티스트일까

 

생활이라는 연극 속에서

피에로는 피하고 싶어도

결국 내게 돌아오는 가면들

조연급 연기라도 할 수 있지만

욕심없이 수긍해버린

나는 짙은 화장 속으로 숨는다

 

자정을 지나 새벽에 도달하는

어떤 편지가 마당 앞에서

여러 개의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때 눈물로 남겨진 아픔들

겹겹 피어난다

 

 

시집사랑의 또 다른 이름(시산맥, 2020)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블 스토리 /최영랑  (0) 2021.01.16
옹이의 독백 /최영랑  (0) 2021.01.16
새라는 이름 /고경자  (0) 2021.01.16
버찌 /김무웅  (0) 2021.01.16
바람의 性別 /마경덕  (0) 202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