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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문학상 휩쓴 작품이.. "제목부터 끝까지 다 베꼈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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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문학상 휩쓴 작품이.. "제목부터 끝까지 다 베꼈다"심규상 입력 2021. 01. 18. 09:27 댓글 3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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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뿌리' 알고보니 표절작 논란.. 문인협회 계룡시지부 "제도 개선할 것"

[심규상, 서준석 기자]

 

 

▲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손창현씨의 '뿌리'. 문학상을 공모한 한국문인협회계룡시지부 확인 결과 이 작품은 2018년 '백마문화상'(전국대학생 공모전)을 받은 김민정씨의 단편소설 '뿌리'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작과 다른 것이 있다면 소설 속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꾼 것 뿐이었다. 제목부터 전체문장을 그대로 도용한 것이다.
ⓒ 심규상

최근 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로 전화가 걸려왔다. '2020포천38문학상'을 수여한 포천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귀 계룡시지부에서 수여한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중 소설부문 당선작 '뿌리'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통째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요지였다. 2020포천38문학상 심의위원회도 같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앞서 계룡시지부는 지난해 5월 '제16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심사 결과 소설 부문에 손창현씨의 '뿌리'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을 통해 "'뿌리'는 기발한 상상력과 더불어 내용을 담담하게 서술해 가는 솜씨가 호감이 가게 했다"고 평했다.

화들짝 놀란 계룡시지부는 확인에 나섰다. 이 작품은 2018년 '백마문화상'(전국 대학생 공모전)을 받은 김민정씨의 단편소설 '뿌리'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작과 다른 것이 있다면 소설 속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꾼 것 뿐이었다. 제목부터 전체 문장을 그대로 도용한 것이다.

뿐만이 아니었다. 손씨는 베낀 작품 '뿌리'로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까지 다섯 개의 문학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작품을 도용당한 김씨는 지난 1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남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곧 원작가의 사유를 짓밟는 것"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를 빼앗기게 되었고, 제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제가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제 분신과도 같은 글"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자 계룡시지부는 17일 긴급임원회의를 통해 손씨의 작품을 당선작에서 취소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계룡시지부 관계자는 "작품을 통째로 베껴 제출한 것으로 보고 기가 막혔다"며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  작품을 도용당한 김민정 씨는 지난 1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되어 문장을 구글링만 해 보아도 전문이 나온다"며 "문학상에서 표절, 도용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부재함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 심규상

 
하지만 5곳의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작품 도용을 찾아내지 못한 것을 놓고 '검색엔진에서 찾아보지도 않고 심사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씨도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돼 문장을 구글링만 해 보아도 전문이 나온다"며 "문학상에서 표절, 도용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부재함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의 작품으로 금전적 이득과 영예를 취하며 수상 작품집까지 발간되는 이 기형적인 행태가 자정과 반성 없이 계속 자행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계룡시지부 관계자는 "한국문인협회와 협의해 표절과 도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 밖에도 시민 아이디어, 표어 등도 도용해 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손씨에게 여러 번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