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18을 왜곡한다'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명예교수>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1980년 5월 18일에 다시 태어난 적 있는 나는 지금 5.18을 그때 5.18의 슬픈 눈으로 왜곡하고 폄훼한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많이 서서 죽기를 원하면서 그들에게 포획된 5.18을 나는 저주한다. 그 잘난 5.18 들은 5.18이 아니었다. 나는 속았다.
금남로, 전일빌딩, 전남도청, 카톨릭센타, 너릿재의 5.18은 죽었다. 자유의 5.18은 끝났다. 민주의 5.18은 길을 잃었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속았다.
3.1, 4.19. 6.10, 부마항쟁의 자유로운 임들께 동학교도들의 겸손한 임들께 천안함 형제들의 원한에 미안하다.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을 저주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그들만의 5.18을 저주한다.
이제 나는 5.18을 떠난다. 5.18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죽어라, 그러면 산다.
나는 5.18을 지키러 5.18을 폄훼한다. 그날처럼 피 울음 삼키며 나는 죽는다.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
5.18 너만 홀로 더욱 빛나거라. 나는 떠난다. 내 5.18 속에서 나 혼자 살련다. 나는 운다.
5.18 역사 왜곡 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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