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찔레 /이승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9. 13:36
728x90

찔레

 

이승은

 

 

누가 숨겨 두었다면 숨어서 지냈다면

꽃 아닌 적 없었다는 그 말 이제 알겠네

 

한 시절

설핏한 둘레

하염없이 피었다는

 

해마다 유월이면 손사레 치던 당신

소주를 사발에 따라 연거푸 들이켰다

 

총성에

찢기는 하늘

까무라쳐 지더라는

 

전쟁 끝에 덩그러니 외눈으로 돌아와서

가파른 여울목에 낳아 기른 다섯 남매

 

가끔씩

꺼진 눈자위

없는 눈을 찔렀다는

 

 

 

계간다층(2020년 여름호)

 

'시조♠감상해 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머리오목눈이 /최영효  (0) 2021.01.29
화살나무 /정희경  (0) 2021.01.29
돌을 읽다 /민병도  (0) 2021.01.29
성탄절 ㅡ각북에서 /박기섭  (0) 2021.01.29
어디에도 없는 다정(多情) /정혜숙  (0) 2021.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