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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후의 가을
박기섭
1
저 뒤란 감나무도
먹물이 들었구나
해걸이는 뭔 해걸이, 기력이 다한 거지
틀렸네, 예전의 가을이 되오기는 틀렸네
2
드난살던 그적에도 절뚝이며 가을은 왔지
삼십 리 장길 끝에 국밥집을 기웃대던
늙마의 가을은 왔지
너나들이 옛벗인 양
3
먼 길을 가더라니, 돌아올 줄 왜 모르나
미뚜로 휘어진 채 다 못 건넌 하늘가에
흰 달도 숨이 찼던가
벗어 던진 고무신짝
4
까막까치 오가는 길
까치밥 두어서넛
그 잔등(殘燈) 다 꺼지자 환한 적막이 치네
뜬 세상 바람벽 너머로 느닷없는 한기여
ㅡ『정형시학』(202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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