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북극 /홍일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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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홍일표

 

 

북극에서 가져오지 못한 노래가 있다

고작 사진 몇 장 챙겨 들고 와서

여긴 북극이야라고 말할 때

입안에 날리는 자욱한 먼지들

 

길게 울부짖던 야생의 어둠들

 

너무 먼 곳의 사랑이라고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노래라고

서랍 속에 밀어 넣을 때

 

내 안에서 펴지지 않는 밤을 뒤적여 보지만

늑대 한 마리 나타나지 않는

희박한 공기로 삐걱거리는 곳

 

빨래를 널던 여자는 나무집게 하나 들고

여기 늑대가 있네

주둥이 뾰족한 사랑이 있네

컹컹 짖지도 못하고

거칠게 물어뜯지도 못하는

머리통만 남은 짐승

먹이 하나 물려주면 온종일 조용한,

피 한 방울 남지 않은 늑대

 

오고 가고

가고 오는

다 닳은 구두 밑창처럼 지루한 나날의 이야기

 

머나먼 사랑인 척 간신히 눈이 내리는데

갑자기 생각난 듯 드문드문 눈송이 날리는데

 

 

 

-월간『현대문학』(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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