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퍼즐
-임종
잠든 너의 입술을 매만져보며 새삼 놀란다.
입술에 난 촘촘한 주름따라 티끌 같은 퍼즐들이 모여 입술을 이루고 있다.
키스한다 마지막으로, 키스는 입술이라는 복잡한 퍼즐을 심지어 뒤섞는 놀이다.
이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몸을 섞는다는 말은 절묘하다.
온몸의 주름은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퍼즐인지를 알게 한다.
혼자라서 신이 된 신은 퍼즐 놀이를 즐기는데, 번번이 퍼즐 조각 하나가 사라져 버린다.
어느새 눈 뜬 너는, 곧 네가 잃어버릴 퍼즐 같은 내 얼굴을 만지며, 너도 많이 늙었다고 말한다.
그 말은 유일한 유언 같다.
흐른 시간만큼 주름은 늘고 이제 너도 의지로 끼워 맞추기에는 너무 복잡한 퍼즐이,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꼭 눈물로 잠시만 완성되는 퍼즐이 되어 버렸다, 나도.
정말 유감이야, 단 한 번도 완성되지 않는 이 시간이라는 퍼즐이.
유독 ‘너’라는 조각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던 밤만, 잔상만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잔상 같은 문장 끝에 유일하게 선명히 남은
새까만 마침표 속으로 뛰어내리듯
잠들었다.
그저 오늘 또는 하루라는, 평생을 사라지지 않는 잔상에 어지러워 잠시 눈을 감았을지도.
너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부피와 질량을 갖고도 유일하게 눈물은, 나의 퍼즐에 포함되지 않는 조각이다.
그래서 자꾸 틈만 나면, 시작부터 끝까지, 네 몸에서 뚝뚝 떨어져 나갔다.
이야기하는 사이 너는 떠난다.
눈물은 시트에 떨어지는 순간 감쪽같이 스며들어 영원히 잃어버리는 퍼즐 조각,
혼자라서 신이 된 신이, 퍼즐이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에 번번이 잃어버리던 그 조각이다.
-계간『미네르바』(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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