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바람이 묻는다 /권순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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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묻는다

 

권순학

 

 

바람에게도 무늬가 있다

향이 있다

 

이름만으로 느껴지는 그 멋과 맛

수없이 의심하고

더 많이 돌아서는 습관 아닌

늘 낮은 곳으로 향하는

그녀의 천성 닮았다

 

얼음 풀린 금강가

멈칫대는,

한 줄기 바람 있다

 

아주 오래전 고향 떠나왔을 그것

희미하지만 익숙한 맛과 멋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는 누군가

묵은 자개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낸 친정 같기도

눈물로만 열릴 유언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안녕을 물어오는 그 바람

 

 

 

⸻시집『너의 안녕부터 묻는다』(시인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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